주제
2021바다미술제
Non-/Human Assemblages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
2021바다미술제는 바다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유동성, 인지 불가능성(불가지성), 불안정성을 포용하고자 한다.
‘비-/인간’결합체, 즉 존재들의 유기적인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인간을 관객, 예술가 혹은 예술작품으로, 바다를 비-인간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 자신과 더 넓게는 유동적인 생태학(liquid ecologies) 속에서 연대와 마찰의 형태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물을 함유하고 있는 모든 결합체에 대해 언급할 때, 우리는 (오로지) 인간이기만 한 적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불가피한 인간다움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역시 언제나 인간 이상의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몸의 ‘물’은 물질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이것을 증명한다.
아스트리다 네이마니스(Astrida Neimanis), Bodies of Water
네이마니스의 개념에 따르면, 바다와 그 깊은 생태계는 우리 모두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공동의 상상, 슬픔, 기쁨, 정치적 역사, 그리고 시간적 순환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이다. 기후 위기와 지리-사회적 격변의 시대에 우리의 몸과 살아 있는 환경 사이의 관계를 호기심과 겸손함으로 소생시키는 것은 즐거운 저항, 반추 그리고 치유의 행위이다.
이 시대에 우리는 자신의 자아를 뛰어넘어 사고하기 위해 어떻게 우리의 의식을 확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우리는 자스비어 푸어(Jasbir K. Puar) 에세이의 “나는 여신이 될 바에야 사이보그가 될 것이다(I Would Rather Be a Cyborg Than a Goddess)”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된다.“아상블라주는 인간의 몸에 특권을 부여하지 않고, 인간 동물/비인간 동물의 이분법 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인간 몸의 탈-개념화와 함께, 물질의 다층적 형태들(물, 도시들, 제도들 등의 몸)이 몸이 될 수 있다. 이 발전된 이론과 네이마니스의 견해에 착안하여, 2021바다미술제의 아상블라주 개념은 우리의 모든 ‘몸들’, 즉 많은 식물과 동물의 몸들을 품고 있는 바다, 일광 해변과 기장의 주변 공간들, 전지구적 및 지역적 예술의 흐름들, 그리고 우리의 사회-정치적 공동체들을 가로질러 관계망을 만드는 물의 흐름을 통찰한다.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단순화된 이분법을 거부하고, 잉태한 하나의 몸에 또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것처럼 서로가 조우한다.
아상블라주는 본질적으로 부분이나 전체가 아닌, 그 요소들 사이의 상호 관계와 교류에 의해 생산되는 다층성을 뜻한다. 인간 사회와 비-인간 해양계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내재된 유형들을 밝혀 가면서, 2021바다미술제는 비-/인간 아상블라주를 창조한다. 아상블라주는 변이되고 진화하는 생태와 인간과 비-인간을 구성하는 형태로서 끊임없이 새로워지며, 어떻게 그리고 왜 우리는 분리되기보다 서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는지를 질문한다. 이렇게 우리는 다양한 차이들의 마찰을 받아들인다. 물은 우리의 집합적 몸들, 즉 우리의 정치, 우리의 유기적 과정, 우리의 경제, 우리의 존재를 자아내는 힘을 가로지른다. 물을 소비하고 방출하는 바로 그 행위는 모든 존재들을 연결하는 무한의 재생산적 행위이다. 2021바다미술제는 하나의 주체를 넘어 ‘되기(becoming)’의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 인류 모두를 아우르는 무한하고 규정할 수 없는 흐름을 긴밀하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