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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1-09-15 14:28
파도의 문, 신당의 통로
부스 라이노는 소외되거나 간과된 역사들에 주목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여왔습니다. 그와 함께 이번 바다미술제에 협업하게 된 매들린 플린과 팀 험프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마주치게 하는 장소특정적 음악 작업을 선보이는 사운드 아트 및 개념 예술가 듀오입니다.
대부분의 해안 마을에는 바다와 관련된 신을 모신 신당이 있고, 일광해변을 마주보고 있는 이천마을도 그러합니다.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할매신당은 해녀와 어부를 지켜주고,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할배신당은 마을 전체를 아우르며 모두를 보호합니다. 작품 파도의 문, 신당의 통로는 이러한 이천 마을의 신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장소 특정적 작품입니다. 할매신당을 지나면 곧바로 신당의 실제 크기를 본 따 만들어진 큰 거울의 형태를 띈 작품이 우리를 마주합니다. 이 거울 안에는 일광 바다, 이천 마을,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모두 함께 비추어지고,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우리 모두가 다양한 존재들과 이미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하는 통로가 됩니다. 이어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면 곧이어 할배신당에 당도하게 됩니다. 이 두 신당을 이어주는 사운드 스케이프는 바다와 바람, 그리고 이천 마을의 일상에서 채집한 소리들을 재해석한 것으로, 이는 관람객이 자연과 작품사이를 거닐며 충분한 사유를 경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 산책로를 거닐며 관람객들은 이천마을을 지켜주던 영들을 만나기도 하고 떠나보내기도 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유롭게 오고 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