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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1-09-15 14:16
얽힌 갈래들
케렘 오잔 바이락타르는 자연과 인공물, 아날로그와 디지털, 삶과 죽음과 같이 이분법적 분류체계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이처럼 상반된 개념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유기적인 관계에 주목합니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작가는 일광 바다의 생태와 어촌마을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삶에 집중하며 특히 붕장어를 모티브로 하는 영상 설치 작품을 선보입니다. 작품 얽힌 갈래들에서 볼 수 있는 두 점의 영상은 붕장어가 가진 독특한 습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지역주민이 장어 낚시 바늘을 손질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설치 작품은 케이블 가닥들로 뒤엉킨 신비로운 서식지를 형성하면서 어둡고 미로 같은 공간으로 우리를 몰입시킵니다. 작가는 얽힌 갈래들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념적 위계를 재설계하는 가능성을 실험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낚시 작업장에 새로운 공간성을 부여합니다. 작업장 내부를 둘러싼 파란 방수천은 마치 플라스틱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떠올리게 하고 장어가 꿈틀거리듯 뒤엉킨 케이블들은 짙은 바다냄새를 풍기는 상상을 열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