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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Words at an Exhibition–an exhibition in ten chapters and five poems)

2020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을 살펴보고, 각기 다른 예술적 표현을 통해 도시의 스펙트럼을 확장해보고자 한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10명의 소설가와 1명의 시인이 이야기와 시로부터 부산의 특징을 전달하고, 이에 기반해 시각 예술가와 음악가가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의 첫 단계로 한국, 덴마크, 미국, 콜롬비아 출신의 문필가 11명에게 도시(부산)에 대한 이야기 혹은 시 집필을 의뢰했다. 세대, 장르 및 문체가 다양한 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에 가상의 층(layers)을 만들어 글을 썼는데, 일부는 부산을 직접 반영했고, 다른 일부는 다소 간접적인 도시 이야기를 썼다. 또 다른 저자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혼합하여 부산을 현실과 역사, 상상의 서사가 혼재되는 장소로 제시했다.

전시의 제목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Words at an Exhibition - an exhibition in ten chapters and five poems)》는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1881)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1874)에서 가져왔다. 10개의 피아노 곡과 5개의 간주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873년 세상을 떠난 무소르그스키의 친구이자 건축ㆍ예술가인 빅토르 하르트만(Viktor Hartmann, 1834-1873)이 남긴 그림 10점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예술을 해석하고, 다른 매체로 번역하는 접근법을 빌려 온 이번 비엔날레는 이야기와 시를 예술 작품과 음악으로 번역하려는 시도이다. 《전람회의 그림》이 하르트만을 위한 오마주이자 기억이라면,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도시 부산을 위한 오마주, 기억이나 다름이 없다.

전시는 10장의 이야기와 5편의 시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무소르그스키가 10개의 피아노 작곡과 “프롬나드(Promenade, 산책)”라고 부르는 5개의 간주곡을 분류한 방식과 유사하다. 어린이들의 놀이로 알려진 ‘‘옮겨 말하기(Chinese Whispers)”와도 같이 저자들의 글이 시각 예술가와 음악가에게 전달되었고, 이들이 전시에서 작품을 통해 글에 응답한다. 이야기와 시가 ‘도시의 픽션’을 파생시킬 수 있는 주 장치로 작동하는 것이다. 전시의 무대가 되는 부산은 여러 면에서 ‘이야기의 도시(City of Fiction)’로 볼 수 있다. 부산은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올드보이>(2003), <국제시장>(2014), <부산행>(2016)뿐만 아니라 미국의 슈퍼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2018)의 배경이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층’의 이야기가 도시에 더해지고 있다. 부산비엔날레도 ‘새로운 픽션’의 층위를 생산할 여러 이야기를 부산에 추가할 것이다.

2020부산비엔날레는 원도심 일원, 영도 및 을숙도에서 개최한다. 이는 각 장소가 상징하는 것들을 통해 다양한 도시의 기억과 역사를 환기하거나 문학, 시각 예술 및 사운드를 통해 공간이 가진 힘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문필가들의 이야기에 언급된 부산의 구체적인 장소에 주목하여, 중구에 위치한 여러 공간과 영도에 있는 항구의 창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주 전시장인 을숙도에 속한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의 서부권을 대표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진행 과정이 중요한 만큼 부산의 전시장소들과 그 구역의 의미를 탐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도와 중구의 원도심에서는 개항과 제국주의 침탈, 전쟁과 피난을 겪은 도시로서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혼재된 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도와 을숙도, 이 두 섬을 도시사적 측면과 문화적 가치를 통해 이어보고자 하는 시도가 이번 부산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진행된다. 이로써 부산의 서부 문화권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부산비엔날레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픽션의 층을 통해 관람객들이 도시를 관찰하고 탐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가 관람객들에게 도시와 도시의 역사, 거리나 건물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이는 도시의 공간과 그것이 촉발하는 감각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부산이 다각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이야기의 도시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0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에 참여하여 역사, 동시대 픽션, 도시를 기록한 사운드 및 시각예술의 발자취를 따라 탐정처럼 걸어보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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