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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iennale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0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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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1-04-11 22:30

작가김은주
오랫동안 연필이라는 하나의 재료로 집요하게 작업해온 작가는 늘 화면에 드러나는 이미지 자체를 훨씬 뛰어넘는 에너지와 삶을 화폭에 노출한다. 그녀의 작업에서 흑과 백의 대비가 단조로움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필의 검은색이 빛에 의해 분산되고 반사되면서 작업에 다채로움을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종이와 흑연의 마찰이 일으키는 질감을 만들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필을 움직였던 정직한 노동력이 이미지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폭의 두께를 생성하기 어려운 연필로 도달한 도상의 깊이와 탄탄한 구도는 가벼운 드로잉 재료로 인식되는 연필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하다. 이번에 출품되는 식물형상시리즈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작가 스스로는 인체, 파도, 식물과 같은 소재의 변화는 이미지의 변화일 뿐이라고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 획 한 획을 그어가는 과정과 집요한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소재의 변화는 그리 큰 의미일 수는 없다. 달리 말해 그녀가 제시하는 이미지는 형상으로 고착되기보다 꿈틀대며 무한히 증식하는 움직임이라는 것을 뜻한다. 아니, 에너지의 절제와 통제, 여백과 이미지의 분명한 구분, 그리고 빈 공간과의 관계는 작가의 삶이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늘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 터이다. 요컨대, 작가는 대상을 대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에너지를 한 올 한 올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그의 작업을 마주한다면 존재 의미와 행위의 과정을, 관객 자신의 삶을 길어 올리며 바라보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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