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옵스큐라톤’(obscuraton)은 핀홀 카메라의 원리를 기반으로 특정 사건과 기억의 장소를 기록하는 알렉산더 우가이의 조각적 설치이자 작업 방법을 일컫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고려인 디아스포라 역사의 중요한 두 장소를 찾아가 옵스큐라톤을 설치했다. 옵스큐라톤 내부의 단일한 감광면 안에서 두 장소의 빛이 서로 연결된다. 첫 번째 장소는 1860년경 조선인 이주민들이 최초로 자리 잡았던 러시아 국경과 접한 두만강 기슭으로 여기서 26개의 구멍을 통해 풍경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카자흐스탄 바슈토베 산기슭에서 26 개의 구멍을 통해 풍경을 기록했는데, 이곳은 1937년 고려인들이 스탈린 정권에 의해 극동 지방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했을 당시 처음으로 도착한 지점이다. 옵스큐라톤은 압착 과정을 통해 물질을 특정한 형태로 바꾸는 공업용 기계인 스탬핑 프레스 머신의 형태를 차용했다. 이 장치-카메라-사진을 매개로 작가는 디아스포라의 시간에 흐르는 장소와 사건에 대해 광학적, 개념적 연결을 시도한다. 결과로 도출된 이미지는 암호화된 증거로 남겨진 ‘알 수 없는 고향’이 부르는 ‘알 수 없는 귀환’이다. 미지의 조국은 실제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고, 약속된 땅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함께 소개된 영상 〈셀 수 없이 많은〉(2020)은 한국에서 일하는 고려인 및 구소련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행하는 노동의 움직임을 공장의 바깥 공간에서 재현하는 장면들을 모은 것이다. 단조로운 움직임의 무한 반복은 각자를 명상과 유사한 상태에 몰입하게 하고, 자신의 의식에 대한 소외 상태를 만든다. 그 속에서 각자의 부유하는 기억은 공허감으로 채워진다.

1978년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출생
카자흐스탄 알마티 거주

알렉산더 우가이는 고려인 3세로 개인과 집단의 이야기, 이주의 역사, 과거로부터 파생되는 향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장소를 사진과 영상, 콜라주로 담는다. 2000년대에는 구소련 시대에 생산된 8밀리 또는 16밀리 카메라로 ‘시네마-오브제’ 단편 시리즈를 제작했고, 2017년부터는 핀홀 카메라의 원리를 활용한 장치 ‘옵스쿠라톤^obscuraton’을 직접 제작하여 역사적 또는 이념적으로 중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시공간의 연속체를 담아내는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 《Topology of Image》(아스펜 갤러리, 알마티, 2018), 《More than an Image, Less than an Object》(갈레리아 라비린트, 루블린, 2017) 등이 있고, 그룹전으로는 제6회 모스크바 비엔날레(2015), 제1회 뉴뮤지엄 트리엔날레(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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