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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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8-08-20 20:00
<어머니의 날>, 3채널 HD 비디오, 6채널 지향성 사운드 환경, 특별히 디자인된 공간, 15분(한국어, 영어 버전 순차 상영), 2006-2008, 작가 제공
스마다 드레이푸스
어머니의 날
이번 비엔날레에서 드레이푸스는 정치적 정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작품 〈어머니의 날〉(2006–08)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국경을 두고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에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군 점령지인 골란고원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스라엘에서 자란 시리아 젊은이들은 오직 대학교 수학을 위해서만 극히 제한된 조건 하에 전쟁 중인 두 국가를 임시적으로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이 지난 수년간 허용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통제 구역에 남은 어머니께 ‘어머니의 날’을 맞아 인사하기 위해서는 ‘샤우팅 힐’이라는 곳에 가서 이 날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음향 시스템을 사용하여 국경 너머에 있는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서로의 음성이 닿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이내 통제와 제한에 억눌린 현실의 조건을 상기시킨다.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 주위를 에워싼 군인들, 각종 뉴스 매체의 카메라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관객은 이 영상 설치 작품의 영역 안에 들어서는 순간, 정치적 이슈가 더욱 극적인 감정으로 휘몰아치는 이 순간의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관객은 어두운 전시장 내부의 플랫폼 위에 서서 기록 영상과 화면 위 자막으로부터 다소간 거리를 두고 난간에 기대어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영상에 담긴 상황의 지리적 현실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머니의 날〉은 2016년 역사에 남을 한 순간을 소리로 포착한 작품이다. 2011년부터 2018년 사이 시리아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장악하여 시리아 정부가 이 접경 지역의 대부분을 잃게 되면서, 이 지역의 학생들은 더 이상 학업을 위해 이곳을 떠나 다마스쿠스로 가지 않는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여전히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말이다. 군사 완충 지대였던 ‘샤우팅 힐’은 이제 버려졌고 유엔군도 철수했으며 철조망만 둘러처진 이곳에서 어머니의 날을 기념하는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