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기억의 저편
11×4.5×5m
파이프, 섬유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 소라에 귀를 가져다 대어보고 바다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소라를 통해서 바다의 소리를 듣고 싶어 했고 기억하려했으며 바다를 느껴보려 했다. 점점 꼬여 들어가는 소라의 공간속에서 우리는 지난 과거의 기억과 흔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라의 공간 안에 서노라면 우리는 마치 생명이 잉태되던 탄생의 시간 앞에 서있는 기분이다. 그 기억의 저 편을 따라 은은하고 포근했던 어머니의 품을 찾아내어 안겨 있는 느낌이 든다. 사람으로 탄생된 내가 있었고 어머니의 사랑과 포근함이 있었다. 우리는 배꼽이라는 흔적을 통하여 어머니의 품을 알고 있지만 그 아름답던 시기를 기억해 내지는 못한다. 자! 우리 이제 송도의 배꼽으로 그 순간을 기억해 내어보자.
우리를 어머니의 품의 흔적으로 이끌어 준 배꼽과 어머니의 품과 같은 영롱한 송도의 바다 그리고 그 바다가 낳은 배꼽을 닮은 소라, 이 둘은 그 형상이 많이 닮아 은은하고 포근하게 어머니의 품으로 우리를 안아준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찬란한 역사를 지닌 송도 해수욕장은 올해로 벌써 100주년이 되었다. 어머니의 아가페적인 사랑처럼 100년이란 세월동안 송도 바다 역시 무한한 사랑을 우리에게 주어왔다. 그 긴 100년이란 시간동안 한순간도 송도의 파도소리가 끊이질 않았듯이 소라에게서도 언제나 파도 소리가 날것이다. 우리는 형상화된 소라의 작품을 통하여 다시 한 번 고마운 송도의 바다 소리를 기억하고 더 나아가 어머니의 품속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기억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