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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3-03-25 13:01
장 갑
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의 일들을 보고 느끼고 기억하고 또는 잊어버린다. 그 기억들의 물건 중 나의 개인사 가운데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물건이 바로 작업용 목장갑이다. 작업용 목장갑은 여타 고급스러운 장갑들과 다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것은 손이 하는 일들을 능률적으로 만들고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이 생기는 장소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물건이다. 일의 과정을 다한 장갑은 쉽게 버려진다. 길을 걷다 땅에 떨어진 때묻은 장갑을 보면 누군가 사용했던 장갑이고 그것은 일하던 당시의 흔적(구멍, 얼룩 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장갑은 인간의 손의 모양을 하고 인간의 행위를 대변하는 파괴와 복구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일을 다 한 장갑은 버려지거나 간혹 재활용 되어지지만, 사람의 손을 닮은 장갑은 손이 했던 일들의 은폐성과 증거시되는 양면성까지 사람들을 닮아있다.
그러나 이 거대 작업용 목장갑은 사람이 낄 수가 없다. 하늘에서 떨어진 장갑, 과연 누구의 장갑일까? 분명 새 장갑이 아닌 누군가 사용하고 떨어뜨린 장갑이다. 환경이 오염 되고 병들어 가고 있다. 환경을 가꾸고 보호하던 누군가가 벗어 놓은게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의 환경에 떨어진 거대장갑은 우리에게 보내는 어떤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우리가 속해 있는 환경에 대범하게도 은폐와 파괴를 자행해 오진 않았는가? 물론 일부의 경우 회복과 복구의 노력도 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인간의 이기심에 따른 한번의 실수로 큰 상처를 가져다주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틀린말이 아닐 것이다. 자연정화는 한계가 닿으면 스스로 재생하지 못한다. 일부의 자연복구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느낀 자연의 큰손은 그가 쓰던 장갑을 인간에게 던져버렸다. 떨어진 이 거대한 장갑이 인간이 쓰던 장갑과 같이 쓰레기로 버려질지 아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그것을 우리의 손에 끼고 다시 환경을 회복해 낼 수 있는 큰 손이 될 수 있을지는 이제 우리들이 결정할 몫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