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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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0-09-04 11:02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 중년의 쌍둥이 여성이 운영하는 국수 가게에서 일하는 티엔Tien은 종종 과거와 미래를 혼동하며 공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는 티엔이 길 위의 연인들, 해변에서 노는 학생들, 백화점 안의 어떤 아이, 쌍둥이 중 하나의 손자 혹은 손녀가 국숫집을 방문하는 모습 등 각기 다른 장소에서의 일상적 광경들을 공상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후 각각의 단편들이 세세한 장면으로 발전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여객선에서 일하는 하라의 이야기이다. 하라는 우연히 들어가게 된 창고에서 청소복을 입은 한 남자를 만난다. 비자 문제로 배에서 내릴 수 없는 그는 자신이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스스로의 과거를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가 숨을 조여 온다고 생각하는 하라는 그를 이해 할 수 없다. 다음 장면에서 하라는 엄마가 운영하는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고, 석양이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이 두 이야기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일시적으로 두 이야기를 잇는 미묘한 우연들이 존재한다. 페이지는 이야기의 구조를 고려하여 2개의 열로 나뉜다. 한 문단이 왼쪽에서 시작하면 그 다음 문단은 오른쪽에 오는 엇박자의 흐름을 따라 전체적인 구조가 이루어져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독자의 시선은 좌우를 번갈아 주시하게 된다. 저자는 두 이야기의 각기 다른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흩트려 놓음으로써 어느 문단이 어떤 이야기에 속하는지 불분명하게 만든다.
문필가 이상우(YI SangWoo)
1988년 대한민국 인천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프리즘』(2015), 『warp』(2017), 『두 사람이 걸어가』(2020)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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