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회 2,448
관리자 2020-09-04 10:50
물개여관
수레는 몇 시간 후의 거래를 걱정하며 새벽 2시에 잠에서 깬다. 수레는 남항동 바가지 골목에 머무르고 있다. 그 골목 사람들은 선원들에게 씌우는 바가지로 살아간다. 그중 선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가장 악명 높은 곳은 물개 여관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외상에 관대한 곳이었기 때문에 급여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돈이 없는 선원들로 항상 붐볐다. 선원들이 떠나고 수레는 곧 있을 거래를 생각한다. 밀수품을 거래할 마루야마 측은 족히 삼십 명이 있을 테지만 황 씨는 다섯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을 데려올 것이다. 황 씨는 그동안 수많은 싸움에서 살아남았으므로 그가 다섯 명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런 것이었다. 수레는 잠시 망설이다 잔을 채웠다. 마라는 수레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물개여관 주인의 딸이다. 마라는 수레가 부산을 떠난 후 다른 데이트 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5년간 12명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수레는 그녀가 내뱉는 비현실적인 말들과 그녀의 비현실적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는 그녀를 경멸하는 동시에 사랑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떠나 베트남의 정글,사이공의 군 병원,원양어선,태평양의 산호섬들을 떠돌아다녔다. 그는 평화로운 타라와(Tarawa)로 갔다. 그 섬이 태평양 전쟁 당시 가장 처 절한 투쟁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모래 속에 묻힌 포탑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수레는 다시 잔을 기울였다. 이 잔은 오늘 그를 죽일 수도 있다. 그는 계속해서 타라와,여인들,아이들,그리고 아름다운 햇살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곤 베트남 전쟁 당시 그가 죽인 무고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잔을 비웠다. 한 시간 후면 거래가 진행될 것이다. 그가 취해 있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위스키 석 잔을 비우고 나니 어찌 되든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살든지 죽든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리고는 잠이 들었다.
문필가 김언수(KIM Un-su, 한국)
1972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장편소설 『캐비닛』, 『설계자들』, 『뜨거운 피』 와 소설집 『잽』이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뜨거운 피』가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설계자들』이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 중에 있다.
오디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