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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9-09-22 22:19
<바다의 절규>, 2019, 대나무, 황토 흙, 짚, 300ⅹ900ⅹ300cm
본폴 포티산
바다의 절규
❑ 작가약력
본폴 포티산(Bounpaul PHOTHYZAN)은 1979년 라오스 최남단에 위치한 참파삭주에서 태어났다.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 순수미술학교(National Institute of Fine Arts in Vientiane, Laos)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태국 마하사라캄 대학교(Mahasarakham University, Thailand) 대학원에서 시각예술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사실주의에 입각한 회화 작품을 주로 제작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2010년대 초부터는 사진, 영상, 설치 등 보다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관람자와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라오스 비엔티안에 기반을 두고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작가 및 작품소개
본폴 포티산은 그를 둘러싼 전범위적 환경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작품을 구현하는 형식적, 기술적인 정교함보다는 생태학적, 사회적, 역사적 관점으로 환경과 관련된 이슈들을 해석하는 ‘행위’에 주력한다. 현재까지 그의 작품들은 인류의 발전이 우리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제 4회 싱가포르 비엔날레(2013)에서 선보였던 <우리는 살아간다(We Live)>(2013), 비영리 현대미술 이니셔티브인 엘리베이션 라오스(ELEVATIONS LAOS)가 주최한 전시에서 선보였던 <거짓의 땅(Lie of The Land)>(2017) 등이 있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선보이는 신작 <바다의 절규(Scream from The Sea)>(2019) 역시 이러한 작가의 시각을 반영한 작품들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바다의 절규>는 인간의 귀 형상을 비현실적으로 대형화한 작품이다. 얇게 조각낸 대나무 살을 이용해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황토와 짚을 섞어 만든 반죽을 얹어 귓바퀴, 외이, 중이, 내이로 이어지는 긴 구조의 형태를 갖추도록 했다. 작품은 기타 고정을 위한 지지대나 보호를 위한 장치 없이 다대포 해변에 펼쳐진 넓은 모래사장과 맞닿아 있는 파도가 이는 경계 지점에 위치한다. 만조에는 귓바퀴에 바닷물이 닿을 듯 말 듯 하고, 간조에는 작품의 바닥 부분까지 여과 없이 드러나며, 단단하게 보였던 흙은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전시 기간 동안 차츰 그 형태가 깎이고, 결국 뼈대를 드러낸다. 높이 3미터의 커다란 귓바퀴는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밀려드는 파도 소리와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소리, 소음 등 바다에서 들리는 복합적인 소리를 담아내고, 또한 작품의 반대편으로 다가가는 관람객들에게는 그 소리들을 분명하고 웅장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다대포 해변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수많은 소리들을 바다의 ‘절규’로 설정하고, 오직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바다의 소리 없는 외침을 작품을 통하여 비로소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작가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버려지는 수많은 플라스틱, 이산화탄소로 인한 산성화, 유류 유출 사고, 방사능 폐기물 등으로 인해 바다가 죽어가고 있음을 관람객들이 새롭게 인지하고 그 소리에 반응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