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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0-09-04 11:02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 중년의 쌍둥이 여성이 운영하는 국수 가게에서 일하는 티엔Tien은 종종 과거와 미래를 혼동하며 공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는 티엔이 길 위의 연인들, 해변에서 노는 학생들, 백화점 안의 어떤 아이, 쌍둥이 중 하나의 손자 혹은 손녀가 국숫집을 방문하는 모습 등 각기 다른 장소에서의 일상적 광경들을 공상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후 각각의 단편들이 세세한 장면으로 발전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여객선에서 일하는 하라의 이야기이다. 하라는 우연히 들어가게 된 창고에서 청소복을 입은 한 남자를 만난다. 비자 문제로 배에서 내릴 수 없는 그는 자신이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스스로의 과거를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가 숨을 조여 온다고 생각하는 하라는 그를 이해 할 수 없다. 다음 장면에서 하라는 엄마가 운영하는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고, 석양이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이 두 이야기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일시적으로 두 이야기를 잇는 미묘한 우연들이 존재한다. 페이지는 이야기의 구조를 고려하여 2개의 열로 나뉜다. 한 문단이 왼쪽에서 시작하면 그 다음 문단은 오른쪽에 오는 엇박자의 흐름을 따라 전체적인 구조가 이루어져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독자의 시선은 좌우를 번갈아 주시하게 된다. 저자는 두 이야기의 각기 다른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흩트려 놓음으로써 어느 문단이 어떤 이야기에 속하는지 불분명하게 만든다.
문필가 이상우(YI SangWoo)
1988년 대한민국 인천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프리즘』(2015), 『warp』(2017), 『두 사람이 걸어가』(2020)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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