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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여관

조회 1,822

관리자 2020-09-04 10:50

물개여관

수레는 몇 시간 후의 거래를 걱정하며 새벽 2시에 잠에서 깬다. 수레는 남항동 바가지 골목에 머무르고 있다. 그 골목 사람들은 선원들에게 씌우는 바가지로 살아간다. 그중 선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가장 악명 높은 곳은 물개 여관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외상에 관대한 곳이었기 때문에 급여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돈이 없는 선원들로 항상 붐볐다. 선원들이 떠나고 수레는 곧 있을 거래를 생각한다. 밀수품을 거래할 마루야마 측은 족히 삼십 명이 있을 테지만 황 씨는 다섯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을 데려올 것이다. 황 씨는 그동안 수많은 싸움에서 살아남았으므로 그가 다섯 명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런 것이었다. 수레는 잠시 망설이다 잔을 채웠다. 마라는 수레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물개여관 주인의 딸이다. 마라는 수레가 부산을 떠난 후 다른 데이트 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5년간 12명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수레는 그녀가 내뱉는 비현실적인 말들과 그녀의 비현실적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는 그녀를 경멸하는 동시에 사랑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떠나 베트남의 정글,사이공의 군 병원,원양어선,태평양의 산호섬들을 떠돌아다녔다. 그는 평화로운 타라와(Tarawa)로 갔다. 그 섬이 태평양 전쟁 당시 가장 처 절한 투쟁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모래 속에 묻힌 포탑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수레는 다시 잔을 기울였다. 이 잔은 오늘 그를 죽일 수도 있다. 그는 계속해서 타라와,여인들,아이들,그리고 아름다운 햇살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곤 베트남 전쟁 당시 그가 죽인 무고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잔을 비웠다. 한 시간 후면 거래가 진행될 것이다. 그가 취해 있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위스키 석 잔을 비우고 나니 어찌 되든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살든지 죽든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리고는 잠이 들었다.

문필가  김언수(KIM Un-su, 한국)

1972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장편소설 『캐비닛』, 『설계자들』, 『뜨거운 피』 와 소설집 『잽』이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뜨거운 피』가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설계자들』이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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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물개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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