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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미

조회 1,777

관리자 2020-09-03 21:56

1991 한국 부산 출생

현재 부산 거주

허찬미〈매일산책연습_옥상하늘〉, 2020, 장지에 구아슈나뭇가지가변크기

HEO Chanmi, Daily Walking Reherarsals_rooftop-sky, 2020, Gouache on paper, twigs, variable dimensions

허찬미의 작업에는 주로 사회적으로 승인받지 못하거나 한편에 밀려난 것, 망각되고 사라져가는 것을 위한 자리가 존재한다. 이는 작가 개인의 내밀한 과거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마주한 존재들을 마치 일기를 기록하듯 담담하게 캔버스 화면 위에 정착시킨다. 하지만 이는 사건 중심의 일기라기보다는 아주 개인적이어서 포착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 행위의 연속과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으로 자신의 삶의 반경에 존재하는 익숙한 물질에 대해 내밀하게 반응하고 작업을 위해 그것을 도구화하기도 한다. 이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그 도구로 표현하는 이미지의 문제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를테면 처음 받아든 종이를 피는 행위에서부터 시작해 주변을 거닐며 마주한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을 화면에 수놓는 식이다.

작가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잠시나마 붙잡아두기 위해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3104》(2019, 스페이스클립, 부산)에서 그는 망미동 부산지방병무청 자리에 위치했던 ‘삼일공사’를 소환한다. ‘삼일공사’란 국군보안사령부 부산지구였던 해당 기관을 외부로부터 은폐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이름으로, 국가 보안 차원에서 시민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은폐의 역사를 배경으로 그 공간이 위치했던 풍경을 마주하고, 자신의 신체를 덮었던 이불을 붓으로 삼아 그곳에 얽힌 기억을 환기하고 소멸에 저항한다. 그렇게 작가는 공동의 기억을 호출하고, 기억 저편을 더듬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자리 잡지 못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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