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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조회 1,943

관리자 2020-09-04 10:41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이 글은 세 개의 목소리로 전달된다. , , 그리고 제3의 목소리. 이 세 등장인물의 말들은 이야기 전반을 통해 겹쳐지거나 뒤섞인다. 주인공 ‘나’는 긴 여정 중에 한 대가족을 만난다. ‘나’는 버스를 타고 있었고 여성으로 구성된 약 스무 명의 대가족이 기사에게 버스에 빈자리가 있으면 죽은 아이를 태워줄 수 있는지 묻는다. 그들은 죽은 막내딸을 묻어주기 위해 고향으로 가던 길이었다. 기사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한다. ‘나’는 대가족의 소녀들을 쳐다보며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죽은 막내딸과 ‘나’를 겹쳐 본다. 여자배우는 공연 중 갑작스런 발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관객은 그 죽음 또한 극의 일부라 생각하지만 상대 배우는 그녀의 죽음을 알아차린 후에도 극을 이어간다. 연극이 끝난 후, 살인 용의자가 될까 두려웠던 그는 죽은 여자배우가 혼자 살던 집으로 그녀의 시신을 가져간다. 그는 소파에 시신을 앉히고 그녀 입 주위에 묻은 피를 젖은 손수건으로 닦아낸 뒤, 혹시나 그녀가 다시 살아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 입으로 몇 방울의 물을 짜넣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런 뒤 그는 그녀의 집에서 도망 나와 그가 밟고 지나 온 잔디밭을 따라 간다. 이 글에서 ‘존재’는 뚜렷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오직 만져지지 않는 목소리만이 들리기 위해 존재한다. ‘나’는 나의 존재가 죽은 막내딸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여자배우가 ‘그’의 말을 통해 그리고 제3의 목소리를 통해 ‘나’의 존재를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깨닫는다.

필가  배수아(BAE Suah, 한국)

배수아는 1965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1993년 첫 단편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장편과 단편, 에세이 등을 발표해왔다. 2018년 단편집 『뱀과 물』을 출간한 이후로 자신의 작품을 직접 낭송극으로 만들어 수 차례 공연을 했다. 가장 최근 발표한 작품은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이며, 베르너 프리치 감독의 필름 포엠 〈FAUST SONNENGESANG〉 프로젝트의 III편(2018) IV편(2020)에 낭송배우로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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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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