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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0-09-03 23:01
1979년 독일 하노버 출생
현재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거주
페터 베히틀러, 〈리허설〉, 2020, 종이에 잉크, 크레용, 수채, 136.6×140cm
Peter WÄCHTLER, Rehearsal, 2020, Watercolor, crayon, ink on paper, 136.6×140cm
페터 베히틀러는 비–진보 현상에 대해 탐구한다. 단순화된 청동 건물과 인물들, 유약처리가 되지 않아 테라코타 부조를 떠올리게 하는 도자, 20세기 스타일 만화 등 구식 재료가 돋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허구적 역사에 대한 기대감을 뒤집는다. 베히틀러의 영화 〈Far Out〉(2016)에는 녹색의 양복 조끼와 모자로 한껏 멋을 내고, 달빛이 비추는 고딕풍의 시골을 가로지르는 만화 캐릭터가 등장한다. 보름달이 산 중턱에 위치한 성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동안에 박쥐 모양의 구름이 드리운다. 대부분의 장면은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수작업으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되며 손으로 그려진 배경은 보다 더 사실적으로 구현된다. 주인공인 캐릭터가 매끄럽고 명확한 윤곽선을 가진 반면 정적인 배경의 몸짓은 조금 더 입체감 있게 표현된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스타일의 차이는 분리된 시간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덴마크의 재즈 음악가 에스벤 티잘브가 작곡했는데, 영상의 자막으로 덧입혀진 가사는 작가가 쓴 것이지만 다소 혼란스러워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베히틀러가 이러한 전형성을 수용하는 것은 다분히 작품이 작동하는 경제성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더 많이 주의를 기울인 것은 정적인 반면, 단순한 표현을 통해 제작된 것은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