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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iennale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8 객성

조회 14,655

관리자 2018-08-20 19:41

작가임영주
<객성>, 2채널비디오, 12분 30초, 2018, 작가 제공, 2018부산비엔날레 커미션

임영주
객성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 작품 〈객성〉(2018) 역시 두 이질적 요소를 중첩시킨다. 하나는 우리 눈에 새로운 별의 탄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별의 죽음에서 비롯한 대폭발을 지칭하는 우주과학적 현상 ‘초신성’이고, 다른 하나는 다자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오해나 과잉 해석이라는 인식 현상이다. 이 작품은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거대한 초신성의 파장, 그리고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의 발화와 신체의 움직임을 반복해서 교차시킨다. 영상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문장 “날쌘 갈색 여우가 게으른 개를 뛰어넘는다(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는 영어문화권 출신자에게는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이 표현은 26개의 영어 알파벳 전체를 한 문장 안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타자기나 현재 컴퓨터 키보드의 성능을 점검할 때 혹은 새로운 글씨체를 설치할 때 자주 쓰이는 별 의미 없는 문장이다. 이 평범한 문장은, 미국과 소련이 서로간의 오해를 최소화해 우발적인 전쟁을 방지하고자 1963년 핫라인을 개통한 날 미국이 소련에게 보냈던 메시지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이 문장 뒤로 이어지는 아리송한 문구에 당황한 소련은 그 이면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정치적, 군사적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암호 해독가들을 기용했다고 전해진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음소거된 채 방송된 남북 정상의 보도다리 회담은 연일 화제였으며, 독순술 전문가까지 나서서 그 대화 내용을 유추하고자 애썼다. 이를 통해 작가는 미지의 대상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조명한다. 우주의 근원을 파헤치려는 갈망으로 어떻게든 닿아 보려는 저 멀리 초신성이라는 미궁처럼, 작가는 한국인에게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주처럼 극히 제한된 경로로만 접근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암시한다. 그리고 두 적대적 관계 사이에 흐르는 핫라인 상의 목소리 및 제스처가 포개지면서,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한 오해와 과잉 해석을 대치 상황에서의 소통 불가능성으로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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