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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iennale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4 마흔아홉 사람들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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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5-07-30 16:59

작가안창홍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증명사진용 필름 수백 장이 들어있는 종이박스를 수집하였다.
사진관의 폐업으로 폐기처분 될 뻔한 이들의 네가티브 이미지들이, 마치, 심술궂은 마녀의 주술로 얇고 투명한 필름 속에 갇힌 영혼들처럼, 수 십 년이 지난 과거의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며칠동안을 필름이 든 종이 상자를 탁자위에 올려 둔 채 바라보다가 필름들을 작업으로 연결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상자 안에서 손가는 대로 100장의 필름을 뽑아들고는 사진 현상소에 확대 인화를 주문하였다.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네가티브 이미지의 필름들로는 도저히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 내 눈앞에 드러나는 순간, 그 느낌은 너무 고요롭고 생경하여서 나를 신선한 시적 영감의 공간 속으로 데려다 놓았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청,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모습들. 나를 응시하는 눈빛들은 정작,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순간 카메라 렌즈 앞의 찰라 속에 멈춰있는 것이었다.
작업의 방향은 실재했던 이들의 시간들을 과거와 현재의 틈 사이에 놓아 보는 것이었다.
존재와 부재의 틈, 삶과 죽음의 틈, 소멸된 시간과 현재의 틈, 언젠가 그들이 살았던 그곳과 빛바랜 사진 속의 박제된 과거의 틈.

1) 사진 위에 덧칠로 영혼의 빛이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눈을 감긴다.
2) 입술에 붉은 색으로 온기를 불어넣어 줌으로써 삶과 죽음의 틈을 나타낸다.
3) 인물 주위에 매개자 혹은 전령으로서의 나비를 날게 하거나 인체 여기저기에 가볍게 내려 앉힌다.
4) 빛바래고 정지된 시간을 상징하는 투명하고 두터운 고체 속에 인물들을 잠기게 한다.
5) 강철로 만들어진 얇고 견고한 사각의 틀 속에 박제된 시간을 가둠으로서 작품 마흔 아홉명의 명상은 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