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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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부산비엔날레 2024-12-03 13:39
<나의 도시 1>, 1997, 종이에 단일 에칭, 아크릴 페인트로 강조 표시, 212x292cm.
<나의 도시 2>, 1997, 종이에 단일 에칭, 아크릴 페인트로 강조 표시, 212x292cm.
<나의 도시 3>, 1997, 종이에 단일 에칭, 아크릴 페인트로 강조 표시, 212x292cm.
프레드 베르보에츠의 <나의 도시>(1997)는 아크릴 물감을 입혀 색감을 더한 세 점의 거대한 에칭 작업이다. 포스트 코브라(post-Cobra)와 서사적 민속화 중간에 위치한 스타일로 반허구적인 패디베르(fait divers)*를 차용해 현대와 역사를 혼합한 강렬한 도시 풍경을 묘사한다. 베르보에츠는 에칭 작업을 만들기 위해 아연 인쇄판에 질산으로 ‘칠’을 한다. 물감을 덧칠해 마무리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한편, 반복적으로 찍어내 다른 버전을 만들 수도 있는 판화는 반복과 차이의 미학 사이를 오간다. 작가의 삶과 환경에서 출발해 각종 일화와 회상으로 가득한 베르보에츠의 작업은 제임스 앙소르 풍의 자소와 아이러니를 뒤섞어 독특한 ‘아나키스트적’ 화법을 만들어낸다. 유럽의 옛 항구도시 앤트워프의 특징을 담고 있는 집과 거리 등이 보이는 복잡한 배경 속에서 ‘자화상 인간’ 수십 명이 여러 공격적이고 예술적인 행위를 수행한다. 빽빽한 데에다 다소 구식이기도 한 이 ‘시각적 저장소’ <나의 도시>는 16세기 플랑드르 작가 피터르 브뤼헐의 초기 작업을 닮았으며, 대형 컬러링 북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상에 대한 베르보에츠의 시선은 혼란스럽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느낌을 주며, 시각적 공간 공포(horror vacui)와 같은 구성적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패디베르(fait divers): 언론에서 정치적 또는 사회적 차원의 해석을 배제하고 특수한 관점으로 기술한 사건 사고의 기사를 ‘패디베르 (fait divers)’라고 일컫는다. 페디베르는 납치, 범죄, 암살, 지진, 열차 탈선, 절도, 강도 등 미디어 소비자에게 익숙한 사건과 연결되어 있으며,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충격을 주는 선정적인 동기를 가진 미디어이자 기사 작성을 통해 의미가 재구성되는 편집의 장르이기도 하다.
프레드 베르보에츠